티스토리 뷰

목차



    반응형

    술은 단순한 음료가 아닙니다.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고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역할도 하지만,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의 말처럼 술은 동시에 수많은 사고와 죽음을 야기할 수 있는 “양날의 검”입니다. 법의학자의 눈으로 술을 바라보면, 우리는 술의 진짜 얼굴을 알 수 있습니다.

     

    술

    술로 인한 실제 사례: 만취가 부른 비극

    유성호 교수는 수많은 부검 사례를 통해 술이 사고사, 급성 중독사, 질병 등 다양한 형태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특히 겨울철 만취 상태로 지하주차장 등 추운 공간에서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사례는 술이 결코 가볍지 않은 물질이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술이 몸에서 흡수되고 분해되는 원리

    술은 화학적으로 ‘에틸 알코올(에탄올)’입니다. 구조가 단순해 위보다는 주로 소장에서 빠르게 흡수되고, 혈액을 통해 뇌로 전달되어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칩니다. 뇌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판단력 저하, 비틀거림, 말이 꼬임 등 전형적인 만취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죠.

    덜 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술을 마시기 전에 지방 함량이 높은 음식(예: 돈가스, 짜장면)을 먹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위에서 오래 머물러 술의 흡수가 지연되고, 위 점막의 알코올 분해 효소가 작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 유전적인 요소가 술의 분해 능력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됩니다.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의 유전자

    술을 분해하는 주요 효소는 두 가지입니다:

    1. 알코올 탈수소효소 (ADH): 알코올을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독성 물질로 바꿈.

    2. 알데히드 탈수소효소 (ALDH2): 아세트알데히드를 몸에 무해한 아세트산으로 변환.

    문제는 ALDH2 유전자의 돌연변이입니다. 한국인의 약 30~35%는 이 유전자에 문제가 있어 술을 거의 분해하지 못하고,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붉어지고 심장이 뛰며 두통을 겪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절대 술을 마시면 안 됩니다.

    여성과 술, 더 신중해야 하는 이유

    여성은 생리적으로 남성보다 간이 작고, 위 점막에 존재하는 알코올 분해 효소의 밀도도 낮습니다. 또한 체지방률이 높기 때문에 지방에 의해 알코올 대사 부산물인 아세트알데이드가 더 오래 잔류하게 됩니다. 이는 여성의 건강에 더 해롭고, 특히 술로 인한 간 질환, 심혈관계 문제, 암 발생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합니다.

    적절한 음주량과 폭음 기준

    - 적정 음주량(미국 국립 알코올 연구소 기준)
    남성: 하루 최대 2잔
    여성: 하루 최대 1잔

    - 폭음 기준 (Binge Drinking)
    남성: 2시간 내 5잔 이상
    여성: 2시간 내 4잔 이상

    폭음을 하면 몸에 아세트알데이드가 축적되며, 이것이 세포에 미치는 영향은 노화 촉진, 면역력 저하, 암 유발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술과 뇌 기능: 필름이 끊긴다는 건 무엇인가?

    “필름이 끊겼다”는 건 단순한 기억상실이 아닙니다. 이는 뇌의 ‘해마’라는 기억 저장 영역이 일시적으로 기능을 멈춘 상태를 의미합니다. 필름이 한 번이라도 끊겼다면, 이후 같은 양을 마셔도 또 끊길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만성 알코올 중독의 징후로 간주해야 하며, 알코올 사용 장애를 의심해봐야 합니다.

    알코올 사용장애 자가 진단

    자신이 술에 의존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 다음 중 2개 이상 해당된다면 경각심이 필요합니다:

    - 술을 끊고 싶지만 실패함

    - 음주로 가족, 사회생활에 지장

    - 음주로 인해 건강 문제가 악화됨

    - 술을 마시기 위해 많은 시간을 씀

    - 필름이 끊긴 적이 있음

    법적 관점에서의 술

    술을 마시고 기억이 안 나더라도, 법적으로는 심신상실이 아니라면 책임이 면제되지 않습니다. 특히, 술에 취해 범죄를 저지른 경우, 그 전에 취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 술을 마셨다면 책임 능력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이는 실제로 많은 형사 사건에서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결론: 술, 알고 마시자

    술은 단순한 기호식품이 아닙니다. 유전자에 따라 해독 능력이 다르고, 잘 마시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모두가 따라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나에게 맞는 음주량을 알고, 신체 반응을 무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술은 유전이다.
    술은 정신력으로 이기는 것이 아니다.
    술은 조심스럽게 마셔야 하는 ‘독성 물질’이다.

     

    반응형